이재현 목사와 함께 걷는 기독교 유적지 탐방
이재현목사 · 김영애 · 입력

사도 바울이 걸었던 복음의 길,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까지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기독교 유적지를 걷다 보면 성경의 기록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성경에는 짧게 기록되어 있는 한 구절의 여정도 그 현장을 직접 바라보면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다가온다.
이번 탐방에서 바라보는 곳은 사도 바울이 제1차 전도여행 가운데 지나갔던 밤빌리아의 버가와 비시디아 안디옥이다.
사도행전은 바울 일행의 이동을 매우 간결하게 기록하고 있다.
“바울과 및 동행하는 사람들이 바보에서 배 타고 밤빌리아에 있는 버가에 이르고 더 나아가 비시디아 안디옥에 이르러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니라.”(행 13:13-14)
바울과 그 일행은 바보에서 배를 타고 밤빌리아 지역의 버가에 도착했다. 그리고 버가에서 다시 내륙으로 이동하여 비시디아 안디옥에 이르렀다. 당시의 이동 경로를 오늘의 지도에서 살펴보면 해안 지역에서 내륙의 고지대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향하는 길에는 험준한 타우루스 산맥을 넘어야 했다.
바울 일행이 어떤 구체적인 방법과 속도로 이 길을 이동했는지, 또 정확히 며칠이 걸렸는지는 사도행전 본문이 기록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바울이 버가를 지나 비시디아 안디옥까지 나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지형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해안의 버가를 떠나 내륙으로 들어가면 지형은 점차 높아진다. 그리고 비시디아 지역으로 향하는 길에는 타우루스 산맥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자동차와 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과 달리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발로 길을 이동해야 했다.
그 길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바울에게 길은 목적이 아니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바울은 좋은 경치를 보기 위해 이 길을 걸었던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 길을 나선 것도 아니었다. 그의 앞에는 복음을 전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비시디아 안디옥에 도착한 바울은 안식일에 회당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사도행전 13장은 바울의 중요한 설교를 기록한다.
회당의 지도자들이 바울과 바나바에게 말씀을 전할 기회를 주었고, 바울은 일어나 이스라엘의 역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조상들을 택하시고,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시며, 광야에서 인도하시고, 가나안 땅을 주셨으며, 다윗을 세우신 역사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역사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한다.
바울은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전하면서, 하나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것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셨다고 증거했다.
그러므로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까지의 길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다.
그 길 끝에는 복음을 전할 자리가 있었다.
바울은 비시디아 안디옥에 도착한 뒤 회당에 들어갔고,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붙들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했다. 사도행전은 그가 그곳에서 전한 설교를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이 장소가 바울의 선교 여정 가운데 중요한 복음 전파의 현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오늘 그 길을 바라보며 우리도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앞에도 여러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어떤 길은 평탄하고, 어떤 길은 힘들고, 어떤 길은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길이 얼마나 편안한가가 아니라 그 길을 왜 걷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바울에게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는 버가에서 멈추지 않았다. 비시디아 안디옥까지 나아갔고, 그곳에서 회당에 들어가 예수 그리스도를 전했다.
오늘 우리에게도 하나님께서 걸어가게 하시는 길이 있다.
때로는 그 길이 우리가 원했던 길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이 있다면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복음은 길이 편할 때만 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이 걸었던 길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내가 걷고 있는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바울의 길 끝에는 비시디아 안디옥의 회당이 있었고, 그곳에서 복음이 선포되었다.
우리의 길 끝에도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명의 자리가 있을 것이다.
2천 년 전 바울이 걸었던 길을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발자취를 기념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가 걸었던 복음의 길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는 어떤 믿음의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기 위해서다.
바울이 지나갔던 길은 지나간 역사이지만, 복음의 사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길은 달라졌지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현 목사와 함께 걷는 기독교 유적지 탐방」은 앞으로 성경에 기록된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그곳에 남아 있는 흔적을 살펴보고, 그 장소에서 일어났던 성경의 사건을 되새기며, 오늘 우리의 믿음과 사명을 함께 돌아보고자 한다.
성경의 현장을 걷고, 그곳에서 복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기독교 유적지를 찾아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