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연 등 700여 시민단체, 조원철 법제처장 사퇴 촉구
정치 · 곽영민 · 입력 · 수정
“비혼 여성 정자 공여 시술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확대 해석”…가족제도와 아동의 권리 보호 강조
2026년 11월 2일 공동 성명 발표…법제처장의 헌법 해석 근거 공개와 정부의 비혼 출산 제도화 중단 요구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을 비롯한 700여 개 시민단체가 조원철 법제처장의 비혼 여성 정자 공여 시술 관련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며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지난 11월 2일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조 법제처장이 지난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혼 여성의 정자 공여 시술을 제한하는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윤리지침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정 권고가 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양육하는 선택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주장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법제처장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책임자이지, 자신의 정책적 신념을 헌법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국민에게 강요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비혼 여성이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을 제공받을 헌법상 권리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엄연히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두 사안이 법적·윤리적으로 서로 다른 문제임에도 조 법제처장이 이를 동일한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의료계가 마련한 윤리기준에 행정부의 헌법 해석을 앞세워 개입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출산을 선택하는 성인의 권리만큼 태어날 아동의 권리도 중요”
이번 성명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보조생식술을 통해 태어날 아동의 권리와 복리 문제다.
단체들은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한 출산이 단순한 의료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생아의 법적 지위, 친생자 관계, 정자 공여자의 책임, 유전적 출생 정보에 대한 권리, 양육 책임 등 복잡한 법률적·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자 공여 시술의 대상을 원칙적으로 부부로 제한하는 윤리지침을 마련한 배경에도 이러한 고려가 있다는 것이 단체들의 설명이다.
또한 대한산부인과학회가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침 개정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합의와 관련 법률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은 출산을 선택하는 성인만이 아니다. 그 선택의 결과로 태어날 아동의 권리 역시 동등하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인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면서 출생아의 권리와 복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 제36조와 가족제도 둘러싼 법적 논쟁 제기
단체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제1항과 제2항을 근거로 가족제도와 모성 보호의 헌법적 가치를 강조했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헌법적 질서 아래에서 보조생식술의 허용 범위를 결정하려면 여성의 자기결정권뿐 아니라 출생아의 복리, 친자관계, 가족관계의 안정성 및 생명윤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혼 여성의 정자 공여 시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는 사실이 곧 국가나 의료기관에 해당 시술을 제공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역시 법률이나 법원의 확정판결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조생식술의 허용 범위는 국민적 공론과 국회의 입법적 판단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가족정책과 비혼 출산 제도화 움직임에도 우려 표명
공동 성명은 조 법제처장의 발언을 개별적인 법률 해석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현 정부의 가족정책 방향과 연결해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들은 정부의 사실혼 및 비친족 동거가구 지원 확대, 새로운 가족 유형에 대한 논의, 보조생식술을 활용한 비혼 출산 관련 연구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정책적 흐름이 혼인과 가족제도의 근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법제처장의 헌법 해석이 맞물려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적 논의보다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닌지 따져 물었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비혼 출산의 제도화를 직접 추진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각의 정책 내용과 법적 근거에 대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700여 시민단체, 다섯 가지 요구사항 발표
동반연 등 참여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조원철 법제처장과 정부에 다섯 가지 사항을 공식 요구했다.
첫째, 비혼 여성의 출산·양육이 금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을 제공받을 권리까지 보장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지는 헌법적 근거와 관련 판례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둘째, 출생아의 권리와 복리, 정자 공여자의 법적 책임, 친생자 관계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동조한 경위를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셋째, 법제처가 보조생식술의 허용 범위라는 중대한 입법적·윤리적 문제를 헌법 해석이라는 이름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넷째, 정부에 비혼 출산 제도화를 서두르기보다 출생아의 복리와 친자관계, 양육 책임 및 생명윤리에 관한 공개적인 사회적 논의와 신중한 입법적 검토를 촉구했다.
다섯째,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헌법과 법질서의 수호자로서 갖추어야 할 신중함을 저버리고 개인적 정책 신념을 앞세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헌법은 특정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백지수표가 아니다”
단체들은 성명 말미에서 헌법이 국가권력이 원하는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성인이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려면 자기 결정으로 인하여 태어날 아동의 권리와 복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자유와 권리를 말하려면 그에 수반되는 책임과 법질서도 함께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가족제도와 아동의 미래는 법제처장 개인의 가치관으로 결정될 수 없다”며 국민적 공론과 국회의 입법적 판단 없이 비혼 출산 제도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복음법률가회, 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거룩한방파제통합국민대회,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언론회, 에스더기도운동 등 다수의 시민·기독교·학부모 단체들이 참여했다.
동반연 등 700여 개 시민단체는 “헌법에 기초한 가족제도를 지키고 출생아의 권리와 생명윤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이번 사안은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아동의 권리, 보조생식술의 의료윤리, 혼인과 가족제도의 법적 의미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쟁점이다. 향후 정부와 법제처의 공식 입장, 의료계의 의견,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