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33년 사역 선교사에 징역 5년 8개월 선고 종교 자유 침해 규탄
사회 · 곽영민 · 입력 · 수정
러시아 하바롭스크 법원에서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받고 구금 중인 박태연 선교사의 즉각 석방과 대한민국 송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2일 서울 러시아대사관 후문 앞에서 열렸다. 일사각오목회자연합 등 5개 단체가 공동 주관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견에서 "러시아에서 33년 넘게 어린이 교육과 지역사회 봉사에 헌신해 온 선교사에게 불법 조직 활동과 허위 등록 혐의를 씌워 중형을 선고한 것은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러시아 정부에 석방을 요구했다.
"범죄 사실 없는데 귀국길에 체포"
사회를 맡은 목회자는 "박 선교사는 러시아에 피해를 주거나 법을 어긴 일이 없다"며 "70대에 접어들어 귀국을 준비하던 순간 러시아 당국이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며 "복음을 전하는 일만큼 소중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회견에서 소개된 선교 단체의 내용에 따르면, 박 선교사는 귀국을 앞두고 하바롭스크에서 체포됐다. 비자 만료 후인 2월 4일에는 집행관들에 의해 자택에서 외국인 구치소로 이송됐다. 법원은 두 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형량을 병합했고, 박 선교사는 일반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함께 기소된 러시아 국적 공동 피고인에게는 징역 6년의 집행유예와 5년의 보호관찰이 선고됐다. 이 공동 피고인은 현재 자유로운 상태지만, 보호관찰 조건 준수를 확인받기 위해 매달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 당시 형량만 밝혔을 뿐 판단 이유와 법적 근거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판결문은 다음 주 수요일께 공개될 예정이다. 박 선교사 측 변호인은 항소할 계획이다.
성명서 낭독… "행정 책무 다하지 못한 것은 러시아"
성명서를 낭독한 왕영근 목사(일사각오목회자연합 공동대표)는 러시아 정부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짚었다.
1. 박 선교사가 33년간 어린이와 지역사회를 위한 인도주의적 활동을 이어오는 동안 러시아 당국이 신원 확인과 행정 관리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가, 이제 와서 이를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 교육과 봉사에 헌신한 인물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종교 자유와 인권 원칙에 어긋나며, 러시아의 국제적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다.
왕 목사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범죄 판결이 아니라 국가 권력과 종교 자유가 충돌한 사례"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박 선교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국제 청원·유엔에도 전달
박 선교사 석방을 위한 온라인 청원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영국,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 4천 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서는 한국 외교부와 유엔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 등에도 전달됐다.
주최 측은 "청원 내용 어디에도 박 선교사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대목은 없다"며 "선교사를 시기하는 세력의 고발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에 있는 다른 한국인 선교사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회견을 만류하고 압박하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주최 측은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공감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대사관에 서한 전달
참석자들은 회견 중 "박태연 선교사를 즉각 석방하라"는 구호를 여러 차례 외쳤다. 순서에 따라 한 참석자가 러시아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러시아 국민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회견을 마친 뒤 대표단이 대사관 측에 입장문과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다. 대사관 앞 집회는 사전 허가 없이 접근할 경우 외교 공관 보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대표 2명만 전달 절차에 나섰다. 주최 측은 질서 있는 회견을 도운 경찰에 감사를 전했다.
주최 측은 "러시아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박 선교사를 즉각 석방해 대한민국으로 송환하라"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연대해 석방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