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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자유, 국가가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나?”…서울대서 헌법상 ‘정교 분리’ 재검토 촉구

정치 · 곽영민 · 입력

“국교 분리와 정교 분리는 달라…종교의 자유와 교회의 공적 책임 함께 논의해야”

 

2026년 9월 3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동백홀에서 ‘국교(정교)분리 공동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국교·정교 분리의 개념, 국가 권력에 대한 기독교인의 복종과 저항, 그리고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법학적 논의가 이어졌다.

 

포럼 참석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종교와 국가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헌법과 성경이 말하는 국가 권력의 한계 및 종교의 자유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 인사말에 나선 강헌식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교회와 정부 사이의 갈등이 커졌다고 지적하면서 삼권분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삼권분립을 단순한 정치제도가 아니라 타락한 인간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원리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목사는 이사야 33장 22절을 언급하며 하나님을 재판장과 입법자, 왕으로 고백하는 성경적 관점에서 권력의 궁극적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를 언급하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정교분리 역시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교수 “로마서 13장, 국가의 모든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뜻 아니다”

이어진 설교에서는 이상원 교수가 ‘국가에 대한 복종의 조건’을 주제로 로마서 13장 1~7절을 중심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교수는 로마서 13장의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씀을 국가의 모든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울이 국가 권력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언한 동시에, 국가가 선을 행하는 사람에게 칭찬을 베풀고 악을 행하는 사람에게 징벌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 권력이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명령을 내릴 경우에는 성경 전체의 가르침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약의 히브리 산파와 다니엘 및 다니엘의 세 친구, 신약의 베드로와 사도들의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당시 국가 또는 권력자의 명령이 하나님의 뜻에 반한다고 판단했을 때 그 명령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권력의 원천은 하나님”이라는 관점에서 국가 권력을 바라봐야 하며, 국가가 공정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될 때 국민은 국가에 복종해야 하지만 국가가 그 원리에 반할 경우에는 비판과 저항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의 정당한 기능으로 조세 부과와 징수를 언급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말씀과 바울의 가르침을 함께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로마서 13장이 제시하는 국가 운영의 중요한 규범 가운데 하나가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전윤성 변호사 “국교 분리와 정교 분리는 구분해야”

이날 법학적 관점에서 발표에 나선 전윤성 변호사는 ‘한국 헌법의 국교 부인·종교 분리 규정’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와 제2항의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규정을 설명하면서, 국교 분리와 정교 분리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구 헌법의 역사적 맥락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거나 특정 종교를 우대·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교 분리의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헌법의 경우 종교의 자유와 국교 설립 금지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한국 헌법의 ‘종교와 정치의 분리’ 개념과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국교 분리와 정교 분리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종교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정교분리를 해석할 경우 종교의 자유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교회와 국가의 분리’는 종교의 정치 참여 금지와 달라”

전 변호사는 미국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미국 헌법에 한국식 의미의 ‘정교 분리’라는 문구가 직접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미국에서 논의되는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역시 종교가 정치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종교적 소수자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타종교의 종교 자유가 보장되어야 기독교인의 종교 자유 역시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의 자유를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종교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정교분리 개념, 일본 제국주의 영향 받아”

전 변호사는 한국 헌법에 들어온 ‘종교와 정치의 분리’ 개념의 역사적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현재 한국 헌법의 정교분리 규정이 미국 헌법의 국교 금지 원칙과는 다른 역사적 경로를 거쳤으며, 일본 제국주의 시기의 법제와 개념적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종교 통제 정책을 사례로 들며, 당시 일본이 국가신도와 국가 권력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종교를 통제했던 역사적 사실을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당시의 종교 관련 법령이 교회 설립과 목회자 자격, 교인 명부 신고, 교회 폐쇄 등의 방식으로 종교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 헌법의 정교분리 조항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 전이라도 종교의 자유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필요”

전 변호사는 헌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우선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헌법상 정교분리 조항을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법률로 명확히 제시하고, 장기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계 “국가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법률적 논의 이어져야”

이날 포럼에서는 국가 권력과 교회의 관계를 단순히 정치적 갈등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성경적 국가관과 헌법상 종교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로마서 13장의 국가 권력에 대한 복종 문제와 함께 히브리 산파, 다니엘, 사도들의 사례가 제시되면서 국가에 대한 복종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 사이의 관계가 주요 논점으로 다뤄졌다.

 

포럼 참석자들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삼권분립,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국교회가 성경적 가치와 헌법적 원칙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서울대학교 캠퍼스 복음화와 다음 세대 선교를 위한 기도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유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며 캠퍼스 복음화와 기독교적 지성 운동의 확산을 위해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동포럼은 종교의 자유와 국가 권력의 한계, 국교 분리와 정교분리의 개념적 차이 등을 둘러싼 논의를 교계와 법조계가 함께 살펴봤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교회의 공적 책임과 헌법적 권리에 대한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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