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폐교 저지 국민연대 공식 출범…“80년 전통과 국가안보 지켜야”
정치 · 곽영민 · 입력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 및 국군 사관학교 신설 추진에 반대
51개 안보·예비역 단체와 82개 시민단체 등 133개 단체 참여…“졸속 추진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하라”
[코리아인사이트=서울]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의 통폐합 추진에 반대하는 범국민 연대기구인 ‘사관학교 폐교 저지 국민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국민연대는 지난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발대식 및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와 국방부가 추진하는 3군 사관학교 통폐합 및 새로운 국군 사관학교 설립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군 관계자와 예비역, 학계·법조계·시민사회 및 학부모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 관계자는 국민연대에 51개 안보·예비역 단체와 82개 시민단체 등 총 13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군의 전문성 없는 통합은 합동성이 아니라 획일화”
이날 참석자들이 가장 강하게 제기한 문제는 각 군의 전문성과 장교 양성 체계였다.
행사 공동주관자인 임종덕 의원은 각 군은 임무와 작전환경, 무기체계가 서로 다르고 고유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각 군의 특성과 전문성에 맞는 장교를 양성하는 것이 강한 군대를 만드는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관학교를 통합하려면 먼저 왜 기존 사관학교를 없애야 하는지, 통합을 통해 군사력이 어떻게 강화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순서가 거꾸로”라고 비판하면서, 지난 26일 진행된 공청회에서 장교 양성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합 사관학교 건설에 약 3조 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기존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교육체계를 개선하는 방안과 통합 방안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관학교는 특정 정권의 소유물이 아닌 국가안보 자산”
국민연대 측은 사관학교를 단순한 교육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대사에서는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각각 지상전·해양전·항공우주전 등 서로 다른 전장 환경에 필요한 전문성을 발전시켜 왔으며, 각 군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온 국가적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문성 없는 통합은 합동이 아니라 획일화”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사관학교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AI·드론·우주·사이버 등 첨단 분야의 교육을 강화하고 각 군 간 합동교육과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대는 사관학교의 제도적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되, 통폐합 자체를 전제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비역 장성들도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필요”
예비역 군 원로들도 이날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은 국가안보는 국민과 정부, 군 사이의 굳건한 신뢰를 통해 완성된다며, 사관학교는 대한민국 군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장교 양성의 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합동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각 군의 역사와 전통, 전문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의 백년대계인 군 인재 양성제도는 충분한 검토와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 역시 국민연대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미래 안보의 기반을 지키기 위한 국민적 연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기에 앞서 현행 사관학교 교육체계를 혁신하는 방안과 통합 방안을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해야 한다며, 사관생도 교육에 단순한 경제성 논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학부모단체·교수단체도 연대 선언
학부모와 교수사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 학부모단체연합 박은희 공동상임대표는 사관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진로 선택이라며, 통폐합 추진 과정에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학부모단체연합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 철회 △생도·현역·예비역·군사전문가·수험생·학부모 의견 반영 △각 사관학교의 역사와 전통 및 전문교육체계 보존 등을 요구하며 국민연대 활동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 측도 사관학교 통폐합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교수단체 측은 군사교육 제도는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며 정치적 유불리나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제도 자체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합을 통해 어떤 군사적 능력이 향상되는지, 막대한 예산 투입에 따른 편익은 무엇인지 객관적인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연대, “연내 입법 저지·예산 반영 차단에 총력”
국민연대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밝혔다.
행사 경과보고에 따르면 국민연대는 3군 사관학교 통폐합과 새로운 국군 사관학교 설립 계획의 연기 또는 백지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연내 관련 입법 추진을 저지하고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대는 고문단과 공동대표단, 집행위원회 및 사무총장단을 중심으로 정책·기획, 대외협력, 홍보 등의 조직을 구성하고, 동시다발적인 1인 시위와 관련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의문 통해 5개 요구사항 제시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정부와 국방부를 향한 구체적인 요구사항도 제시됐다.
국민연대가 낭독한 결의문에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폐교를 전제로 한 국군 사관학교 창설 추진 중단 및 원점 재검토 △통폐합에 소요되는 비용과 군사교육적 효과의 투명한 공개 △생도·학부모·현역·예비역·군사전문가·학계·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국민협의체 구성 △각 군의 전문성과 역사·전통을 계승하는 장교 양성 발전방안 마련 △국민적 합의와 군사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통폐합 추진 중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연대는 특히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래 장교를 양성하는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며, 정부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국방개혁을 추진한다면 이에 협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통폐합과 자운대 이전 계획이 계속 추진될 경우 국민과 함께 합법적인 범위에서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사관학교는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 자산”
이날 발대식의 핵심 메시지는 사관학교의 문제가 특정 학교나 동문들의 이해관계를 넘어 대한민국의 장교 양성과 국가안보 체계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국민연대 측은 사관학교를 어느 특정 정권이나 정치세력의 소유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 충분한 공론화와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대식 마지막에는 국민연대 관계자들이 국민 앞에서 결의를 다지고 공식적인 출범을 선언했다.
국민연대는 앞으로도 정부의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고, 각 군의 전문성과 역사·전통을 보존하면서 미래 안보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장교 양성체계의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대식을 계기로 사관학교 통폐합 문제는 군 내부의 교육체계 개편을 넘어 국가안보와 군 전문성, 역사와 전통, 막대한 재정 투입의 타당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