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Korea시민연대, 세종시 교육부 앞 기자회견 개최…“학문의 자유 침해하는 평가기준 즉각 삭제해야”
교육 · 곽영민 · 입력
한국연구재단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대 기자회견…교육부에 평가기준 삭제·도입 경위 공개 촉구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 과정에서 이른바 ‘젠더 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를 평가항목으로 두는 것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7월 9일 오전 11시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FIRSTKorea시민연대가 주최했으며, 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대전광역시인권센터를 비롯해 전국의 법률가·교수·학자 등 107개 대표 및 단체가 참여했다.

▲ 발언: 김영길 교수 발언(한국인권지도사협회 총괄본부장)
임현정 FIRSTKorea시민연대 사무총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된 기자회견에는 길원평 교수(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운영위원장), 제양규 교수(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 대표), 김영길 교수(한국인권지도사협회 총괄본부장),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이형우 교수(한남대) 등이 참석해 발언했다.
전문가 발언에 이어 고은혜 한남대 학제인권학과 석사과정 학생과 김은혜 FIRSTKorea시민연대 대외협력팀장이 성명서를 낭독했으며,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교육부 및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
“학술지 평가를 통해 특정 이념 강요해서는 안 돼”
주최 측은 이번 기자회견의 취지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이 학술지 등재 및 인증 평가를 수단으로 특정한 젠더 관련 정책을 학술지 투고규정에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와 학술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소련의 ‘리센코주의’를 사례로 들며 “정치적 이념이 과학과 학문을 지배할 경우 학문 발전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가 학술지 평가기준을 통해 특정한 이념적 방향을 학계에 사실상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의 상위 기관인 교육부에 대해서도 관리·감독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교육부가 해당 사안을 ‘한국연구재단 자체 사업’으로만 설명하며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발언: 이형우 교수(한남대)
제양규 교수 “젠더혁신 용어의 개념과 도입 과정 밝혀야”
제양규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이 사용하고 있는 ‘젠더혁신’이라는 용어와 정책의 개념 및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제 교수는 앞서 한국연구재단 앞 기자회견에서도 생물학적 성별 차이를 연구하는 ‘성차의학(Sex-based medicine)’과 ‘젠더혁신’이라는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술지 규정에 해당 용어를 일괄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제 교수는 교육부가 한국연구재단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갖고 있는 만큼, 해당 평가기준이 언제 어떤 절차를 통해 마련됐는지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영준 변호사 “개념이 모호한 기준이 국가 정책의 기준 될 수 없어”
지영준 변호사는 ‘젠더’ 개념의 불명확성을 지적했다.
지 변호사는 한국젠더법학회 부회장 및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이숙연 대법관이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젠더 개념에 대해 “어려운 단어”라고 표현하며 여성과 소수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젠더법 분야의 전문가조차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워하는 용어를 국가 학술지 평가의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학술지의 투고·게재 기준이 교수들의 연구 활동과 임용·승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 연구지원기관이 학술지 평가를 통해 특정한 연구 방향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길원평 교수 “해외에서도 유사 지침 놓고 논란”
길원평 교수는 해외 학술계에서 다양성·포용성 등을 이유로 도입된 유사한 지침들이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연구재단이 관련 정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 교수는 특히 학문은 다양한 견해가 자유롭게 제시되고 서로 검증·반박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며, 특정한 관점에 대한 연구만 허용하거나 반대되는 견해의 연구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학술지 평가가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성명서 통해 5개 요구사항 제시
참여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연구재단의 2026년도 학술지인증 신청요강에 포함된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 평가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해당 학술지 평가에서는 ‘연구(출판)윤리 강화활동의 구체성 및 엄정성’이 평가항목으로 포함돼 있으며, 이 가운데 사람·동물·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논문을 발행하는 학술지의 경우 ‘젠더 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가 평가착안점으로 제시돼 있다는 것이 참여단체들의 주장이다.
참여단체들은 이 같은 평가기준이 단순한 권고사항을 넘어 학술지의 투고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해당 문구의 도입 경위와 정책적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성명서 전달 모습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5개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교육부는 학술지 평가 신청요강에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절차를 거쳐 삽입됐는지 조사해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둘째, 해당 문구의 삽입 과정과 관련된 지시 문건, 회의자료, 담당 부서, 결재라인, 외부 자문기관과의 관계 등을 전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셋째, 교육부가 한국연구재단에 지시해 2026년도 학술지인증 신청요강에서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를 평가착안점에서 즉각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넷째, 해당 평가기준 도입에 관여한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다섯째, 교육부 장관이 학문 영역에 해당 정책이 도입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단체들은 “학문은 자유로운 토론과 상호 검증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며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관을 학술지 평가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관련 평가기준을 즉각 폐기하지 않을 경우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기준에 포함된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의 도입 배경과 적용 범위, 학문적·정책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