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역화폐 만능주의, 서민의 자유를 빼앗고 있다
사회 · 곽영민 · 입력
본지 발행인: 곽영민
[코리아인사이트 특별 논평]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화폐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해법'이라고 말한다. 입학준비금, 교육지원금, 청년지원금, 출산지원금까지 현금 대신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묻고 싶은 질문은 단순하다.
![707bb1e45f233c1f5b383ed5e91c3a94_1783554580_4432.jpg [논평] 지역화폐 만능주의, 서민의 자유를 빼앗고 있다](https://koin24.com/media/koin24/editor/2607/707bb1e45f233c1f5b383ed5e91c3a94_1783554580_4432.jpg)
▲ 기사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코리아인사이트)
왜 국민에게 줄 돈을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가?
지역화폐는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사용처와 사용기한이 제한된 상품권이다.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도 없고, 저축할 수도 없으며,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수도 없다. 정해진 기간 안에 지정된 가맹점에서 사용해야 한다. 기한이 지나면 지원금이 소멸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경제적 선택권에 관한 문제다.
현금은 소비도 할 수 있고 저축도 할 수 있으며 미래를 위한 자산 형성에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지역화폐는 처음부터 소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이 돈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방향을 정해 주는 것이다.
특히 농촌과 지방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사용할 가맹점이 부족하고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필요한 소비가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소비가 된다.
정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이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문제는 운영 구조의 투명성이다. 지역화폐는 민간 운영사가 플랫폼 구축과 카드 발급, 결제, 정산 등을 맡는 경우가 많다.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운영 수수료와 계약 구조, 사업자 선정 과정은 국민 앞에 명확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국민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권리가 있다.
지역화폐 확대를 두고 일부에서는 국가 개입이 점차 확대되는 신호라고 우려한다. 물론 지역화폐 정책 하나만으로 특정 정치체제와 동일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급 방식과 소비 방식까지 설계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점점 좁혀 간다면, 이러한 흐름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복지는 국민을 국가가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복지는 국민의 삶을 더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제도여야 한다.
정부가 정말 서민을 위한다면 답은 어렵지 않다.
국민을 믿고 현금으로 지급하라.
국민은 정부보다 자신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더 잘 알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소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경제도 결국 자유로운 소비와 자유로운 시장 속에서 살아난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은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