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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선교사로 남겠습니다"…필리핀 극빈민촌에서 15년, 복음과 밥으로 생명을 살리는 이수원 선교사

미션 · 곽영민 · 입력

 

"저는 알려지지 않는 선교사입니다. 앞으로도 무명의 선교사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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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인사이트】 제141주년 한국기독교 선교역사 기념예배 및 선교대회에서 필리핀 카비테(Cavite) 바콜(Bacoor)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이수원 선교사는 화려한 선교 성과보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걸어온 15년의 선교 여정을 담담하게 소개했다. 그는 필리핀에서도 한국 선교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극빈민촌에서 교회개척과 다음세대 양육, 그리고 급식사역을 통해 복음의 씨앗을 심고 있다.

 

"이름 없는 선교사로 남겠습니다"…필리핀 극빈민촌에서 15년, 복음과 밥으로 생명을 살리는 이수원 선교사
 

"목회 10년 내려놓고 가족 다섯 명과 필리핀으로"

이수원 선교사는 국내에서 10년간 목회하며 청년들을 이끌고 해외 비전트립을 다니던 평범한 목회자였다.

교회에는 장로도 세워졌고 목회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다가왔다.

"하나님께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교회와 목회를 모두 내려놓고 아내와 자녀를 포함한 다섯 식구가 함께 필리핀 선교지로 향했다.

그가 들어간 곳은 이미 한국 선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필리핀 선교 역사가 50년이 넘었지만, 한국 선교사가 단 한 명도 들어가지 않았던 극빈민촌이었다.

 

"하루에 한 사람씩 죽어가는 빈민촌"

현재 그가 사역하는 곳은 마닐라에서 약 1시간 20분 떨어진 카비테주 바콜 지역이다.

이 지역에도 일반적인 빈민촌이 있지만, 이 선교사가 들어간 곳은 그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는 "필리핀 사람들도 잘 모르는 극빈민촌"이라고 표현했다.

좁은 판잣집이 빼곡히 들어선 마을에서는 하루에도 한 명씩 사망자가 발생할 만큼 열악한 생활환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는 곳이었다.

"우리 가족 외에는 한국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곳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교지라고 확신했다.

 

"이름 없는 선교사로 남겠습니다"…필리핀 극빈민촌에서 15년, 복음과 밥으로 생명을 살리는 이수원 선교사
 

가족 모두가 질병과 싸우면서도 멈추지 않은 선교

선교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사역이 안정되기 시작할 무렵 아내는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아들도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게 되었고, 본인 역시 건강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은 병들었지만 선교는 멈추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오히려 가족 모두가 선교에 더욱 헌신하게 되었다.

아내 역시 목사로 사역하고 있으며, 아들은 신학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앞두고 있다.

가족 전체가 선교사역을 함께 감당하는 동역자가 된 것이다.

 

"교회 개척이 가장 좋습니다"

그는 자신을 선교사보다 목회자로 소개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개척목회를 했고, 필리핀에서도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역 역시 교회 개척이었다.

복음을 전한 뒤 현지인 지도자를 세우고,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양육한 후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건축을 지원하지 못했던 교회들조차 현지 목회자에게 모두 이양했다.

 

"교회는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 것입니다."

현재도 자신이 섬기는 교회는 건물이 아닌 임대 예배처를 사용하고 있지만, 더 큰 건물을 소유하는 것보다 현지 지도자를 세우는 것이 선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름 없는 선교사로 남겠습니다"…필리핀 극빈민촌에서 15년, 복음과 밥으로 생명을 살리는 이수원 선교사
 

빈민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심다

이 선교사의 두 번째 사역은 다음세대 교육이다.

극빈민촌에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고, 교육의 기회 자체가 없는 현실이다.

그는 한국에서 청년들을 제자훈련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예수를 전하러 왔지, 땅을 사러 온 것은 아닙니다."

그의 관심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경제적 지원보다 말씀으로 아이들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학생 5명, 대학생 5명"...빈민촌에서 피어난 희망

현재 그의 사역을 통해 장학지원을 받는 학생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회의 후원과 1대1 결연을 통해 신학생과 대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영어교사가 되어 다시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다.

현재 교회에서는 약 150명의 어린이가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성장한 청년들이 다시 주일학교 교사가 되어 여덟 개 반을 맡고 있다.

그는 "다음세대는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민촌 바로 앞에서는 마약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지만,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교회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이어서 지금도 선교사를 보호해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야말로 복음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름 없는 선교사로 남겠습니다"…필리핀 극빈민촌에서 15년, 복음과 밥으로 생명을 살리는 이수원 선교사
 

철저한 제자훈련 원칙

현재 그는 30여 명의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신학생들은 보수 신학을 바탕으로 한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는 목회자로 세워질 예정이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엄격한 영성훈련 원칙도 소개했다.

"1년에 성경을 한 번 이상 완독하지 않으면 장학생 자격을 잃습니다."

또한 예배생활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복음을 위해 헌신할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먼저 밥을"

세 번째 사역은 푸딩(Pudding) 사역, 즉 무료급식이다.

한국에서 노숙자 사역을 경험했던 그는 필리핀에서도 가장 먼저 굶주린 아이들을 만났다.

한 교회의 후원으로 매달 30만 원을 지원받아 매주 약 300명의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식생활을 소개하며 참석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계란 두 개를 풀어 열 명이 나눠 먹고, 간장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하루 식사인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밥을 먹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교회학교에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교회의 다음세대로 성장하고 있다.

그에게 급식은 단순한 구호활동이 아니라 복음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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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선교사로 살겠습니다"

많은 방송사와 언론이 그의 사역을 소개하려 했지만 그는 대부분 정중히 거절했다.

모 기독교 방송에서도 취재를 제안했지만 사양했다.

그는 "저는 하나님 앞에서 무명의 선교사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명함도 만들지 않았다.

교회를 찾아다니며 후원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현재 정기적인 후원은 소속 노회 산하 두 교회의 작은 선교헌금이 전부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께서 필요한 것을 언제나 공급하셨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실제로 아내가 대장암 수술을 받을 때에도 선교사들을 무료로 치료하는 병원을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셨다고 간증했다.

 

"예배드릴 땅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발표 말미에 그는 참석자들에게 단 하나의 기도제목을 부탁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예배처는 약 250명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이지만, 토지 소유주가 땅을 매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교회가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땅값은 7,500만 원.

그러나 선교사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는 "주인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움직여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다"며 "12년 된 선교차량이라도 팔아서 예배만은 계속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빈민촌 아이들이 예배드릴 공간을 잃지 않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호소하며 발표를 마쳤다.

화려한 선교 보고도, 거대한 선교센터도 없었다. 그러나 극빈민촌 한복판에서 이름 없이 복음을 전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세워가는 그의 이야기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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