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천 교수 “한국교회, 자유민주주의와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깨어나야”
곽영민 · 입력 · 수정
한국크리스찬포럼서 ‘현 애국운동 평가와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 강연
광장 중심 운동의 한계와 지역 확산 필요성 제기
한국크리스찬포럼(이사장: 이규학 감독)은 지난 10월 19일 아침 7시에 인천 남동구 소재 인천제일감리교회(담임: 김규열 목사)에서 포럼을 통해 이희천 교수가 최근의 애국운동을 평가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전개된 대규모 집회와 젊은 세대가 주도한 올림픽공원 집회를 비교하면서, 집회의 규모보다 메시지의 명확성, 전국적인 확산, 이론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조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교회가 신앙의 자유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깊이 성찰하고, 북한 교회가 겪었던 역사적 경험을 교훈 삼아 시대적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강연은 ‘현 애국운동 평가와 교회가 나갈 길’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진행됐다. 이 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의 근무와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경력, 이후 사상·체제 관련 강연과 시민운동에 참여해 온 경험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광장 중심 애국운동의 성과와 한계
이 교수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전후해 전개된 시민집회와 이후의 보수 진영 집회를 돌아봤다. 그는 당시 집회가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기존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대규모 집회가 지속적인 사회적 영향력으로 연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첫째, 활동의 무대가 광화문 등 특정 장소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전국 각 지역으로 운동이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면서 참여자와 관심층을 넓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대형 무대와 음향시설 등 많은 비용이 필요한 집회 방식은 일반 시민들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셋째, 집회에서 제기되는 주장들이 체계적인 설명과 이론적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시민들에게 사안의 본질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미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복적인 정보가 제공되는 반면,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에게는 핵심 쟁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애국운동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와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가 주도한 올림픽공원 집회에 주목
이 교수는 강연에서 올림픽공원에서 전개된 이른바 ‘올공 집회’를 기존의 광화문 중심 집회와 비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올공 집회는 참여 인원 면에서는 기존의 대규모 집회보다 작았지만, 핵심 구호를 간결하게 제시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짧은 기간에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 운동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단순하고 명료한 메시지다. 복잡한 정치·사회적 쟁점을 짧은 문구로 전달하면 참여자들이 내용을 쉽게 공유할 수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확산하기도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젊은 세대의 주도성이다. 이 교수는 기존 집회가 상대적으로 장년층과 노년층의 참여에 의존했다면, 올공 집회에서는 20~30대 청년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셋째는 세대 간 연대의 가능성이다. 청년층이 먼저 운동을 이끌고 다른 연령대가 이에 동참하면서 세대 간 결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운동의 성패가 참여자의 숫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핵심 의제를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하고, 그 메시지가 얼마나 빠르게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집회의 규모와 여론 변화, 정부의 대응 사이의 인과관계는 별도의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강연에서 제시된 비교와 평가는 이 교수의 분석이라는 점에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국 단위의 확산과 지역 공동체의 역할 강조
이 교수는 올공 집회가 특정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장소에 사람들이 집중되는 방식만으로는 장기간 운동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 단위로 지역 모임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별로 시민들이 현안을 공부하고 토론하며,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교회와 지역 목회자들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교회는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오랜 기간 형성된 공동체와 소통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현안을 토론하고 시민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지역 단위 운동이 구호를 반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각 지역에서 다뤄야 할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를 확인하며,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교회가 정치적 구호만을 앞세우기보다 사회적 현안에 관한 지식과 이론적 토대를 갖추고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자치회와 지역사회 감시에 대한 우려 제기
강연의 또 다른 주요 쟁점은 주민자치회와 지역사회 조직의 역할이었다.
이 교수는 주민자치회가 지역사회의 의사결정과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그 운영 방식과 구성, 권한을 교회와 시민들이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자치회가 특정한 정치·사회적 관점에 편중될 경우 종교기관의 활동이나 설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교회가 사회적 현안을 무조건 정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주민자치회가 교회를 감시하거나 설교를 녹취해 교회를 탄압하는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주장은 강연자가 제기한 우려다. 이를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과 시행 지침, 실제 운영 사례 등 객관적인 근거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제도인 주민자치회가 실제로 어떤 권한과 기능을 갖는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제도와 운영 실태를 토대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 교회의 역사에서 한국교회가 배워야 할 교훈
이 교수는 강연 후반부에서 북한 교회의 역사를 한국교회가 되새겨야 할 중요한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해방 직후 북한 교회가 겪은 변화와 공산 정권의 종교정책, 교회 재산의 몰수, 종교인에 대한 탄압 등을 언급하며 당시 교회가 정치·사상적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북한 교회가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만큼 성장했지만, 해방 이후 급격한 정치적 변화와 종교 탄압을 거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북한 교회의 쇠퇴를 단순히 외부 권력의 탄압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해방 이전부터 교회 내부에 다양한 사상적 흐름과 갈등이 형성됐으며, 해방 이후 공산주의 세력이 등장했을 때 교회가 분열된 상태에서 대응한 것이 비극을 심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평양 장대현교회와 길선주 목사 등 한국 개신교 초기 역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교회 내부의 갈등과 지도력의 약화가 공동체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또한 조만식 선생을 비롯한 당시 인사들의 행보를 거론하면서,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교회와 사회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역사 해석에는 추가적인 사료 검토가 필요하다. 북한 교회의 변화는 일제강점기의 종교정책과 신사참배 문제, 해방 이후의 정치적 대립, 토지개혁과 종교기관에 대한 정책, 한국전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사상적 흐름 하나만으로 북한 교회의 쇠퇴 원인을 모두 설명하기보다는 관련 역사 자료를 종합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교수가 강조한 핵심 문제는 교회가 시대적 변화와 사상적 갈등을 외면한 채 내부의 안정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교회, 신앙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이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를 종교 내부의 문제에만 한정해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등 종교적·윤리적 쟁점에 관심을 기울여 온 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헌법적 가치에 관한 논의에는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관점에서 신앙의 자유는 예배와 전도, 설교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교회가 사회와 국가의 제도적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교수는 교회가 사회적 현안을 다루는 일을 무조건 정치적 행동으로 규정하거나 외면하는 태도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앙의 가치와 사회적 책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경적·신학적으로 성찰하고, 공적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교회의 사회 참여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교회가 공공의 문제에 참여할 때에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법과 제도의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의 기본권도 존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한국교회가 신앙의 자유를 지키는 일과 사회적 갈등 속에서 화해와 공의를 실천하는 일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는 지속적인 신학적·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다.

사상적 대응을 위한 학습과 한국교회의 각성 촉구
이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한국교회가 사상적·정치적 현안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학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공산주의와 그 변형된 사상들이 종교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신앙의 자유에 관한 이해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교회가 과거 평양대부흥운동과 같은 영적 각성을 경험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시대적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신앙적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단순한 집회 참여를 넘어 사상에 대한 학습, 지역 공동체의 참여, 세대 간 연대,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대응으로 이어진다.
강연 후 이어진 이사장 이규학 감독의 발언에서도 북한 교회의 역사와 한국교회의 책임, 목회자의 신앙적 결단,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의 중요성이 거론됐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사회적 변화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나눴다.

교회의 각성은 사실에 대한 분별과 책임 있는 실천에서 시작된다
이번 한국크리스찬포럼 강연에서 이희천 교수는 현 애국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청년 세대의 참여와 지역 단위 확산, 북한 교회의 역사적 경험을 통한 교훈,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대규모 집회만으로는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명확한 메시지와 이론적 기반,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신앙의 자유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사회적 현안에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강연에서 제기된 정치·사회적 진단과 일부 역사적 해석은 강연자의 견해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장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토론은 공적 담론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시대적 위기를 경고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성경적 가치와 역사적 교훈을 토대로 사실을 분별하고 공공의 책임을 실천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신앙의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은 진실을 추구하는 태도, 이웃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세, 공동체의 갈등을 책임 있게 해결하려는 실천과 함께할 때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