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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립학교 건학이념, 수업에 반영되게 해 달라"…영훈고 졸업생, 국회에 국민동의청원

교육 · 곽영민 · 입력

"관점 동의 여부가 성적에 영향 주지 않도록 평가 기준도 마련해야"

서울 소재 기독교 사립학교인 영훈고 졸업생이 종립학교의 건학이념이 실제 수업과 수행평가에 반영되도록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을 국회에 냈다. 청원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사전 동의 절차에서 동의자 100명을 채웠다.

「동성애 옹호, 기독교 조롱, 반미·반시장적 관점의 학교 수행평가 강요 금지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서울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모 씨가 제출했다. 김 씨는 청원서에서 어려서부터 기독교인이었고 부모와 상의해 기독교학교인 영훈고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가 내세우는 기독교 정신이 교육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훈고 교사가 빅뱅 우주론 관련 도서를 추천했다는 기사를 보고 고교 시절의 불편함이 떠올라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1학년 통합사회 수행평가 문제”

김 씨가 문제로 꼽은 것은 1학년 사회(통합사회) 수행평가다. 청원서에 따르면 1학기에는 김두식 저 『불편해도 괜찮아』를 읽고 책이 제기한 인권 문제와 해결 방안을 서술하는 독서 감상문 평가가 있었다. 2학기에는 장 지글러 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기아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책의 내용에 따라 쓰는 평가가 이뤄졌다.

김 씨는 두 책이 동성애와 동성혼 제도화에 우호적이고, 기독교 신앙을 정신질환에 빗대는 표현과 자본주의·서구 중심 질서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에는 책에서 발췌한 구절을 모은 첨부 자료도 포함됐다. 김 씨는 당시 이 내용이 자신의 신앙과 충돌한다고 느꼈지만, 다른 관점으로 답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요구된 방식대로 답했다고 적었다.

요구 사항: 법적 근거 마련과 평가 기준 신설

김 씨는 「교육기본법」 제5조가 교육의 자주성과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들어 두 가지를 요청했다.

첫째, 종립학교가 윤리·사회·생명·인간관 등 세계관과 밀접한 쟁점을 다룰 때 학교의 교육이념에 따른 시각이 수업과 교육프로그램에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근거를 명확히 해 달라는 것이다. 건학이념과 충돌하는 자료나 주장을 다룰 때는 주요 대안적 견해도 함께 제시해 학생이 비교하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이런 쟁점을 수행평가로 다룰 때 관점에 대한 동의 여부가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평가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학교나 교사와 다른 견해를 내더라도 근거와 논리에 따라 동등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김 씨는 "종립학교에 특정 종교적 결론을 학생에게 강제할 권한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가 스스로 내세운 교육이념을 교육 속에서 설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율성과 책임을 분명히 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및 하위법령과 교육부 지침에 구체적인 기준을 담아 달라고 요청했다.

첨부된 평가 기준 살펴보니

청원에 첨부된 수행평가 안내문에는 평가 척도가 주로 '도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서술', 분량 충족, 논리성을 기준으로 적혀 있다. 2학기 평가기준 안내에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기아의 원인과 해결 방안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하고, 논리적이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은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다. 문서만 보면 특정 관점에 대한 찬반 자체를 채점 항목으로 명시한 부분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서술 방향이 책의 내용에 맞춰 요구되는 구조여서 청원인이 우려한 부담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학교 측 설명이 필요하다.

향후 절차

청원은 현재 등록 단계에서 사전 동의 100명을 채운 상태다. 국회 심사를 거쳐 공개되면 이후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해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청원이 성립해 위원회로 넘어가더라도 법 개정까지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영훈고 홈페이지에는 이번 청원과 관련한 입장을 아직 밝힌 내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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