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①]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이루어진 구속사
교육 · 곽영민 · 입력 · 수정
창조에서 언약의 백성까지…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한순간도 잊지 않으셨다”

강의: 모창조 목사
성경 66권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을 때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창세기의 창조부터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과 새 땅에 이르기까지, 성경에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 언약과 심판, 구원과 회복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심 주제를 놓친다면 성경의 큰 흐름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모창조 목사는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이루어진 구속사’라는 강의에서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로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제시했다. 그는 구속사를 이해할 때 예수 그리스도만을 개별적으로 강조하는 데 머물지 말고, 구속의 역사를 계획하시고 섭리하시며 성취하시는 성부 하나님의 뜻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자는 영화에 비유해 설명했다.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구성했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비유에서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중요성을 약화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사역을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함께하심은 성경의 첫 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며, 인간의 타락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가. 강의자는 창조와 에덴, 타락과 약속, 족장들과 맺으신 언약을 따라 그 흐름을 설명했다.
1. 창조는 하나님이 피조물을 돌보시는 역사로 시작됐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창조하신 세계를 보시며 “좋았더라”고 선언하신 사실을 기록한다. 강의자는 이 표현을 단순히 창조 결과에 대한 감탄이나 평가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창조 세계는 하나님의 뜻과 질서 안에서 존재하며,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만드신 피조물을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창조는 하나님께서 세계를 만드신 뒤 모든 일을 중단하신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피조물을 살피시고 돌보시며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시는 역사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하나님을 세상을 창조한 뒤 세상과 관계를 끊은 분처럼 이해하는 사고와 구별된다. 성경의 하나님은 창조주이실 뿐 아니라 창조 세계를 붙드시고 다스리시는 분이다.
물론 창세기 1장의 “좋았더라”라는 표현에 관한 원어적 의미와 신학적 해석은 여러 논의가 가능한 영역이다. 강의자가 강조한 요점은 해당 표현을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지속적인 돌보심이라는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를 이렇게 이해하면 인간의 삶도 달리 보인다. 인간은 자기 힘만으로 살아가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살아가며 하나님의 돌보심을 의지하는 존재다. 신앙은 하나님을 필요할 때만 찾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삶 전체가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2. 에덴동산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도록 주어진 자리였다
창세기 2장 15절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다고 기록한다.
강의자는 이 구절에서 ‘경작하다’와 ‘지키다’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에덴동산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척박한 땅을 개간하거나 외부의 위협을 막아야 하는 장소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이 표현을 단순한 농사와 경비의 의미로만 읽기보다, 하나님께서 주신 공간 안에서 인간이 감당해야 할 봉사와 책임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해석은 에덴동산을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이끈다. 인간은 창조 세계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세계를 돌보는 청지기다. 인간의 역할은 하나님을 대신해 독립적으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창조 질서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에덴동산의 의미를 성소와 연결해 이해하는 해석도 성경 연구에서 다뤄져 왔다. 다만 창세기 2장 15절의 히브리어 표현과 에덴의 성소적 성격에 관한 구체적인 논증은 별도의 원어 및 본문 연구를 통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강의자가 제시한 큰 방향이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은 단순히 특별한 종교적 체험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자리에서 그분의 뜻을 따르고 맡겨진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함께하심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다.
3. 인간의 타락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끝내지 못했다
창세기 3장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죄를 범한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성경은 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가져온 단절과 심판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모창조 목사는 이 사건을 성경 전체의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타락이 하나님의 창조 목적과 구원 계획을 무효로 만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창세기 3장 15절에는 여자의 후손과 뱀 사이의 적대 관계가 선언된다. 기독교 신학은 역사적으로 이 말씀을 죄와 악을 이기실 그리스도에 관한 약속과 연결해 이해해 왔다. 강의자는 이 약속을 타락 이후에도 이어지는 하나님의 구속 계획을 보여 주는 중요한 말씀으로 다뤘다.
창세기 3장 21절에서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장면 역시 구속사의 맥락에서 주목된다. 이 사건을 그리스도의 희생과 연결하는 해석은 기독교의 전형적인 구속사적 독법 가운데 하나다. 다만 본문 자체가 가죽옷의 제작 과정이나 제사의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리스도의 희생과 연결할 때에는 본문이 직접 말하는 내용과 후대의 신학적 해석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장면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이 죄를 범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셨지만, 인간을 향한 구원의 역사를 포기하지도 않으셨다.
여기서 하나님의 함께하심은 죄를 무시하거나 심판을 철회하는 단순한 관용과 다르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죄의 문제를 해결하시고 인간과의 관계를 회복하시는 구속의 과정이 필요하다. 강의자는 이 지점에서 중보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성경의 구속 역사가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4.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요셉, 언약은 인간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이어졌다
창세기에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말씀하시고 약속을 이어 가시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족장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그들은 두려움과 갈등을 겪었고,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으며, 가족 안에서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기도 했다.
강의자는 이 인물들을 흠 없는 신앙의 영웅으로만 묘사하는 태도를 경계했다. 성경이 족장들의 실패와 약점을 숨기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인간적 위대함보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구속 역사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약속을 받았지만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다. 야곱은 하나님을 만났으면서도 자신의 계산과 판단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셉은 형들에게 버림받고 노예가 되었으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삶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하나님께서 약속을 잊지 않으신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셨다.
특히 요셉의 이야기는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성공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성경은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되기 전부터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셨다고 증언한다. 그가 형들에게 팔리고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도 하나님의 함께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요셉은 훗날 형들에게 자신을 해치려 했던 일을 하나님께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로 바꾸셨다고 고백한다. 이는 인간의 악한 의도까지 선하다고 인정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악행이 하나님의 선한 목적을 최종적으로 좌절시킬 수 없다는 신앙의 고백이다.
이 대목에서 강의자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은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린다는 뜻인가. 고난이 없고, 실패가 없고, 질병과 위험이 사라진다는 의미인가.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함께하심은 고난이 없다는 보장이 아니라,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버리지 않으시며 약속을 이루어 가신다는 믿음의 근거다.
5. 언약의 핵심은 하나님과 백성의 관계다
모창조 목사는 강의 전반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표현으로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라는 언약의 공식을 제시했다.
이 표현은 창세기의 족장 이야기에서 시작해 출애굽과 율법, 선지자들의 회복 약속을 거쳐 신약과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반복된다. 하나님과 백성의 관계는 단순히 이름을 부르거나 종교적 소속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강의자가 강조한 핵심은 그 관계가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것은 그들을 자신의 소유로 삼으시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시며, 그들 가운데 거하시겠다는 약속과 연결된다.
이 언약은 인간의 공로만으로 성립하는 계약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약속하시고, 그 약속을 이루기 위해 역사 가운데 일하신다. 인간은 그 은혜에 믿음과 순종으로 응답한다.
그렇다고 언약이 인간의 책임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면서도 우상숭배와 불순종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은 하나님과 무관하게 살아도 된다는 면허가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부르심이다.
6. 구속사의 첫 번째 결론, 하나님은 약속을 이어 가시는 분이다
창조와 에덴, 타락과 약속, 족장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하면 성경의 큰 흐름이 드러난다.
하나님께서는 선한 창조 세계를 만드셨다. 인간은 죄로 인해 하나님께 불순종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구원의 약속을 주셨다. 그리고 족장들의 불완전한 삶과 여러 고난 속에서도 언약의 역사를 이어 가셨다.
이것이 모창조 목사가 첫 번째 단계에서 강조한 하나님의 함께하심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실패 때문에 자신의 목적을 포기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렇다고 죄를 외면하시는 분도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 백성을 회복하시기 위해 구속의 역사를 진행하신다.
이제 이야기는 출애굽으로 넘어간다. 애굽에서 고통받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어떻게 나타내셨는가. 모세를 부르신 하나님은 어떤 약속을 주셨으며, 성막을 통해 자기 백성 가운데 거하시겠다는 뜻을 어떻게 드러내셨는가.
다음 회에서는 출애굽과 성막에서 시작해 왕국과 포로기의 위기, 남은 자의 소망, 임마누엘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부활에 이르는 구속사의 흐름을 살펴본다.
[다음 회 예고] 제2회. 출애굽에서 예수 그리스도까지 — 광야와 포로기의 절망 속에서도 이어진 하나님의 약속